‘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 물 위를 스쳐가는 만월같이/ 모든 것 내려놓고 길 떠나라’ 물과 흙의 내음을 실은 바람을 맞이하며 걸을 수 있는 길이 있다.

‘물소리 길이다’ 양평의 물소리 길은 2010년 대한민국 걷기열풍을 몰고 온 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과 인연을 시작으로 첫 기지개를 펴게 된 길이다. 이 길은 물로 만든 거울인 남한강의 속삭임과 발을 맞대어 흙과 이야기를 나누며 걸을 수 있는 나그네 길이다.

무엇보다도 배낭 하나만 준비하고 가까운 전철역으로 가족 또는 지인들과 함께 쉽게 떠날 수 있다는 장점과 탁 트인 남한강변과 이름 모를 꽃들이 만발하는 곳으로 아름다운 곳이다.

이미 양평의 물소리길은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가 멀리 내다보이는 수도권 전철 중앙선 양수역에서 시작해 고들빼기마을, 전원일기마을, 단풍마을, 들꽃마을 등 이름만 들어도 정겨운 시골 동네를 지나고 몽양 여운형 생가, 양근향교, 들꽃수목원, 천주교 양근성지, 양평군립미술관 등 양평전통시장까지 1, 2코스로 나눠 총 30.2km를 개장해 운영중에 있으며 점차 사람들에게 알려져 주말이면 많은 도보여행객들이 찾아오고 있는 길이다.

이런 물소리길은 지금도 진화 하고 있다. 기존 1코스 2코스를 더해 양평시장부터 용문면까지 약41km 이르는 3개코스를 빠르면 올가을 중에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기존 코스가 정겨운 마을들을 지나는 코스 였다면 새로 개발중인 코스는 남한강변과 흑천의 옆구리를 따라 가다가 추읍산[趨揖山]을 관통해 정철의 관동대로인 용문면, 민족정신이 담긴 상원사, 천년의 고찰 용문사까지 이야기가 있는 코스다.

그럼 이번 코스에는 어떠한 이야기들이 있을까? 사람냄새 풍기는 양평시장을 지나 가다보면 양근 나루터가 맞이하게 된다. 조선중기 광해군 당시의 조정은 선조 때부터 일어나기 시작한 당쟁의 화가 극에 달한 시기였다. 이러한 혼란한 정치에 등을 돌리고 택당 이식(澤堂 李植), 현곡 정백창(玄谷 鄭百昌), 소암 임숙영(訴菴 任叔英) 등이 아름다운 곳을 찾아 한강의 상류인 양강(楊江, 양평의 남한강)에 모여 도덕적이고 문학적으로 소극적인 저항의식을 펼쳤던 곳이 양근 나루터다.

물 거울 같은 남한강을 따라가다 보면 흑천이 나온다. 물 빛이 검게 보이는 까닭에 붙여진 흑천은 양평군 개군면 앙덕리에서 남한강과 합류하는 하천으로 과거 경강상인[京江商人]들이 한양을 가던 중 비가오거나 풍랑 등을 만나면 흑천리에 있는 주막에 잠시 들러 해장국과 막걸리로 허기를 달래며 쉬던 곳으로 전국적으로 유명한 양평해장국 유래가 여기서 시작됐다는 기록을 동리촌명[洞里村名]등 에서 확인 할 수 있는데 한양 장안까지도 유명하여 서울의 한량들은 겨울에 한강의 얼음길을 이용하여 양평해장국을 주문하여 먹기도 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지금도 흑천을 따라 약 4km 걷다보면 원조 해장국집이라 불리우는 신내해장국집이 자리 잡고 있다.)

흑천을 따라 올라가면 추읍산이 보인다. 추읍산은 음기가 있어야 자란다는 버섯이 자라지 않을 정도로 양기가 풍부한 산이다. 그래서 인지 조선실록에 나와 있는 역사와 역사의 언저리에서 함께 전해지는 야사를 살펴보면 한 풍수지리가가 예종에게 현재의 영릉터를 천거하고 여주로 천장을 결정한 후 그곳을 파니 물이 하염없이 솟아 임금을 유린한 죄목으로 참수에 처하게 된 풍수지리가는 한가지 청을 하는데 그의 마지막 청은 강 건너 양근(양평군)에 위치한 추읍산 꼭대기에 올라 흙을 한 삽 퍼내면 샘솟는 물이 추읍산으로 빠져 나갈것이라 하였고 신기하게도 추읍산 꼭대기에 올라 흙을 한 삽 뜨니 천장터의 물이 추읍산으로 빠졌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는 명산이다.

추읍산을 빠져 나오면 용문면이 맞이하고 있다. 학창시절 누구나 한번 읽어봤을 송강 정철(鄭澈, 1536∼1593)의 관동별곡의 한 구절을 살펴보면, 말을 갈아타고 ‘흑수’(黑水)로 들어가니 섬강(원주 섬강)이 어디더냐, 치악(원주 치악산)이 여기로다’라는 말이 나오는데 여기서 ‘흑수’는 여주로 알려져 있으나 현재 행정구역으로 따진다면 용문면을 말한다. 또한 이곳 용문면에는 5, 10일장이 서는데 진상품으로 올렸다는 산나물, 채소 등이 유명하다.

코스 막바지에 이르는 상원사에는 아직까지 진위여부를 연구중이지만 우리나라 최초 제야의 종 타종으로 쓰였다는 상원사 동종이 기다리고 있다. 옛 상원사는 1907년 정미의병 봉기 때 일본군이 항일 의병을 소탕한다는 구실아래 용문산 산속에 있는 사찰들을 불태워버렸고 상원사도 대웅전을 제외한 모든 건물이 불타던 소실된 것을 중창한 절로 이곳에 서면 나라를 되찾고자 목숨을 바친 선배들에 함성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코스마지막인 용문사는 마의태자가 심었다고 전해지는 1100년이 넘는 은행나무가 그 웅장함을 자랑하고 있으며 용문사와 역사를 같이한 용문산은 이름처럼 거대한 용을 연상시키는 산으로 예부터 산세가 웅장하고 빼어나며, 골이 깊어 경기의 금강산으로 불려온 곳이다.

이처럼 양평의 물소리길은 과거와 현재가 살아 숨쉬는 곳이다.

양평의 류범영 관광진흥과장은“자연 속에서 몸과 마음에 평화를 얻고 도시의 삶에서 찌들었던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는 물소리길을 만들어 가겠다”며, “많은 분들이 물소리길로 찾아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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