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낙원에서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하와이의 주도인 오아후로 향했다. 자연과 도시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이 섬엔 눈부신 햇살만큼 환한 미소를 지닌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이 소개하는 오아후를 만났다.

공항 밖을 나서자 후텁지근한 바람이 살결을 착 감쌌다. '비가 올 건가? 무지개를 볼 수 있겠는걸.' 마침내 하와이에 도착했음을 실감하고 굳어 있던 얼굴과 경직되어 있던 몸이 스르르풀렸다. 오는 내내 얼굴을 감쌌던 시커먼 마스크를 벗었다.

아무리 약을 먹어도 떨어지지 않았던 감기였다. 숨을 있는 힘껏 들이쉬었다. 따스한 공기가 폐부 깊숙이 스며든다. 다른 것은 필요 없다. 하와이의 햇살 아래 가만히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금세 감기를 떨쳐낼 수 있으니까. 공항 앞에 마련된 셔틀버스를 타고 호텔로 향했다. 예상했던 대로 소나기가 한 차례 쏟아지더니 거짓말처럼 무지개가 드리워졌다.

마침 '좋아좋아Likelike' 고속도로에 접어드는 참이었다. 사실 이 고속도로의 이름은 '라이크라이크'가 아니라 '리케리케'로, 선대 하와이 공주의 이름에서 딴 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처음 오아후를 찾았을 때 "하와이에선 고속도로 이름마저 사랑스럽다"며 수선을 떨었더랬다.

 
어쨌든 내겐 여전히 좋아좋아 고속도로다. 이 길을 따라 달리면 그리워하고 그리워하던 호놀룰루가 곧 눈앞에 펼쳐지니 말이다. 세상은 넓고 여행할 곳도 많은데 매년 같은 곳에서 휴가를 보내기란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2년 전, 하와이의 빅아일랜드에서 겐지를 만나기 전까지는. 겐지는 도쿄 출신의 그래픽 디자이너였다. "하와이에 단숨에 매혹당했어요.

몇 년간 틈만 나면 하와이에서 휴가를 보내다 결국 오아후에서 살게 됐죠." 그는 10여 년 전 오아후에 정착해 로케이션 코디네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겐지를 비롯한 일본인들의 하와이 사랑은 유별나다. 세계적인 소설가인 무라카미 하루키도, 요시모토 바나나도 여러 작품에서 하와이에 대한 애정을 여실히 드 러냈다. "바쁘고 무미건조한 도쿄에선 웃을 일이 별로 없었어요.

인상이 무섭다고 할 정도로요. 하지만 여기선 달라요.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과 날씨를 가진 곳에서 어떻게 행복하지 않을 수 있어요?" 그때 마치 황홀한 꿈을 꾸는 듯한 표정을 짓던 겐지의 얼굴을 잊을 수가 없다. 그러고 보니 하와이에서 만난 사람들은 한결같이 환한 웃음을 지어주었다. 카우아이의 타로 농장에서 만난 가족, 빅아일랜드의 호노카아 극장의 점원, 와이키키 해변에서 훌라춤을 추던 일본 학생들…. 그들의 얼굴을 떠올리다 나도 함께 베시시 웃고 만다.

샤방샤방한 햇살 때문일까? 보들보들한 바람 아니면 달콤한 플루메리아의 향기? 하와이의 자연 속에 사람들을 행복케 하는 신비한 에너지가 깃들어 있는 게 분명하다. 하와이는 태평양 한가운데에 수많은 섬과 암초가 총 3300킬로미터에 달하는 길이로 늘어 서 있는 군도다.

그중 주요 섬으로 꼽히는 것은 6개. 오아후, 빅아일랜드, 마우이, 카우아이, 라나이, 몰로카이다. 하와이의 주도인 오아후를 네 번째 찾았다. 만약 서울이 아닌 다른 도시에서의 삶을 꿈꾼다면 다음의 두 곳이 후보다. 독일의 수도인 베를린과 하와이의 주도인 오아후. 겉으로 풍겨지는 이미지는 전혀 다르지만 이유는 같다.

도시와 자연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것. 특히 오아후가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알로하 스피릿'을 지닌 사람들 때문이다. 늘 여유롭고 즐거워 보이는 오아후 로컬들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이들이 가는 곳, 즐기는 음식, 좋아하는 운동, 쇼핑 장소 등을 따라가봤다. 그러다보니 여행자들이 열광하는 와이키키가 아닌 그 외의 지역을 탐색 했다. 오아후를 처음 찾는 여행자보다는 두 번, 세 번 찾는 사람들, 가이드북에 소개된 유명 관광지 보다 현지인들의 숨은 아지트를 찾는 이들에게 새로운 오아후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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