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묵칼레
터키 그리고 가장 가고싶은 여행지는 어디일까. 아마도 카파도키아와 파묵칼레(Pamukkale)일 것이다. 패키지 여행 필수 코스로 관광객이 많이 다녀가지만 정작 파묵칼레에서 머무는 시간은 턱없이 짧다. 고대 휴양도시 파묵칼레를 구석구석 들여다 보자.

◆언덕 아래 작은 마을

파묵칼레? 파묵은 목화, 칼레는 성이라는 뜻으로 '목화의 성'이다. 여기까지는 터키에 가본 사람이 쉽게 할 수 있는 얘기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 "사진으로 본 게 다야. 요즘은 물도 많이 말랐어"라고도 한다. 아니다, 이건 파묵칼레의 진가를 모르고 하는 말이다. 단지 '물이 말라가는, 보호가 필요한 석회산'에 불과할까? 생각해 보면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도 이상한 곳이지만 대대로 희한하고 신비로운 곳이었다. 최고의 온천이자 치료의 장소이며 아름다운 도시로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고 오랫동안 도시가 번영을 누리던 곳이다. 온천이 흐르는 언덕 위로는 고대 도시가 번영을 누렸고 지금은 아래쪽 작은 마을이 관광객들의 기점이 됐다.

파묵칼레 가는 길은 최고의 목화산지다. 언덕 아래로 온통 목화밭이다. 목화밭 위로 목화의 성이니 재미있는 조합이다. 마을에는 우리나라 이불브랜드 매장도 있어 관광객을 맞이한다. 또 흥미로운 건 닭이다. 파묵칼레가 속한 데니즐리 지역의 상징이기도 한 '데니즐리 호로즈'(Denizli Horozu)는 날씬하고 큰 키에 화려한 깃털을 자랑하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사육되고 있다. 식용으로는 한국 토종 씨암탉만한 것이 없으니 이들은 관상용쯤 되겠다. 데니즐리 닭의 특기는 15~35초까지 우렁차게 우는 것이다. 파묵칼레에서 목놓아 우는 닭소리를 듣는다면 그가 바로 데니즐리 호로즈다.






안티크풀
◆클레오파트라의 신혼여행지

파묵칼레 입구에서는 조바심이 생긴다. 차를 타고 오는 동안 목화밭쯤에서 분명히 하얀 산을 보았는데, 입구는 그냥 평범한 유적지 같다. 길을 안내하는 게시판에는 교회, 신전, 극장, 박물관 같은 화살표가 잔뜩이다. 바로 하얀 언덕이 펼쳐질 줄 알았는데 몰랐던 유적이 많다. 그렇구나, 여긴 큰 도시였다.

사람들이 많이 다녀간 곳이다. 물론 '테라스풀'로 대표되는 하얀 온천 때문이다. 가장 유명한 방문자는 이집트의 클레오파트라와 로마 안토니우스 황제다. 전설이라니 믿거나 말거나지만 순백의 드레스로 상징되는 신부와 꽤 잘 어울리는 신혼여행지다.

사계절 볕이 좋은 이곳에서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언덕 아래를 내려다 보고 있으면 세상 시름 잊고 몸도 마음도 힐링 아니었을까. 이후로도 로마 황제들이 한번씩은 다녀갔다고 한다. 그렇지만 지금은 하얀 석회 풀에 몸을 담그는 호사는 누릴 수가 없다. 이곳이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개발자들이 몰렸고, 호텔들이 생기면서 온천물이 급격히 말랐다. 예전에는 산등성이에서 온천물이 흘러 넘쳐 어디서나 목욕을 했지만 그저 옛이야기 일뿐, 조금만 시선을 돌리면 바싹 마른 하얀 언덕이다.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어 유네스코가 나섰다. 1988년 히에라폴리스와 파묵칼레를 세계복합유산으로 등재하며 엄격한 '물 관리'가 시작됐다.

풀에는 마음대로 들어갈 수 없다. 신비한 옥빛 온천탕의 아름다운 절경은 눈으로만 감상할 수 있다. 그리고 극히 제한된 구역에서 발이나 좀 담가볼 수 있다. 여행자가 몰리면 직원들이 곳곳에서 신발, 양말 단속 하느라 바쁘다. 물론 비누나 족욕제 같은 것도 절대 금지다. 그래도 여행자들은 만족이다. 아이의 손을 잡고 반들반들 딱딱해진 석회질 위를 걸어보는 가족의 모습도 아름답고 살랑살랑 발목을 간지르는 물의 촉감도 좋다.

석회풀의 물은 아쉽지만 안티크풀(Antique Pool)이 있어 특별한 경험이 된다. 석회암지대에서 뒤로 돌아 언덕 쪽으로 가면 웬 수영장처럼 생긴 입구가 있는데, 맞다, 수영장이다. 그런데 뭐 대단히 넓고 안락한 시설이 있는 건 아니다. 이곳의 비밀은 물 속에 있다. 수영을 하기엔 결코 편안하지 않은 곳, 그 속에 고대 도시의 파편이 있기 때문이다. 물 안에 있는 것들은 오래된 기둥, 성벽에서 떨어진 돌조각이다. 여기저기 물이 떨어지는 작은 수로와 옛날식 펌프도 있고, 풀 주변으로 꽃나무와 야자수가 그늘을 만들어 석회 온천에 몸을 담그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기도 좋다. 시간이 넉넉한 여행자는 이곳에서 하루종일 태닝도 하고 풀에 들어가 물놀이도 하면서 느긋하게 지낸다. 풀에 들어가지 않는다면 특별히 입장료를 받지 않으니 구경 삼아 들어가 봐도 좋겠다.






히에라폴리스


원형극장
◆기원의 언덕, 히에라폴리스

이곳의 옛이름은 히에라폴리스(Hierapolis)였다. 기원전 180년경 페르가몬 왕국의 에우메네스 2세가 건국시조인 필레타리우스 왕의 아내 히에라를 기념하려고 세운 도시라고 한다. 뜻은 '성스러운 땅'이다. 이곳에는 아폴로, 플루토니온 등의 신전 터가 있는데 지질이 특이했던 만큼 고대인들의 신앙이 됐을 것이 당연하다. 여기에 신경통, 심장병, 소화기장애에 탁월한 온천으로 휴양 왔던 병자들의 기원도 담겨있을 것이다.

언덕 쪽으로 오르면 본격적인 히에라폴리스 유적을 볼 수 있다. 도시 외곽의 성벽, 주거지 사이로 난 길, 옛 귀족집의 문, 그리고 무덤까지…. 계속된 지진으로 파괴와 건설이 반복됐지만 로마, 비잔틴, 셀주크투르크 등 13세기까지 번영을 누렸다. 한때 이곳의 인구는 8만명에 달했다고 한다. 그러나 1354년 대지진으로 도시가 완전히 파괴됐고, 원형극장은 신통하게도 자리를 지켰다. 이 원형극장은 로마 황제 하드리아누스가 1만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만들었는데, 당시 로마의 원형극장은 인구의 10~20% 정도를 수용할 수 있게 지었다고 하니 도시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원형극장은 지금도 꾸준히 복구가 이뤄지고 있다.

언덕 너머로는 석관 1000여기가 남아있다. 고대 사람들은 온천이 질병을 치유하는 신성한 효험이 있다고 믿었다. 때문에 끊임없이 병자들의 발길이 이어졌고 회복하지 못한 사람들은 이곳에 지친 육신을 남겼다. 이름은 '네크로폴리스'(Necropolis), '죽은 자들의 도시'라는 뜻이다.

고대 도시를 보고 나면 해가 기울 시간이다. 다시 석회암 테라스풀로 돌아간다. 옥빛이었던 온천물은 맑고 붉은 빛으로 물들고 '목화성' 아래 작은 마을은 그 빛을 받으며 오늘과 작별한다. 아마도 이곳에 왔던, 그때의 아픈 이들은 연장된 하루에 감사하며 밤을 맞이했을 것이다.

[여행 정보]

● 한국에서 터키 파묵칼레 가는 법
한국에서 터키 파묵칼레(데니즐리 공항) 직항 비행기는 없다. 이스탄불에서 비행기나 버스를 타고 가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공항에는 셔틀버스가 있고, 데니즐리 버스터미널에서는 호텔 셔틀(세르비스)이나 돌무쉬라는 작은 버스로 갈아탄다. 버스 환승은 터키 여행에서 익숙한 수단이라 크게 어려울 건 없다. 터미널의 경우, 해당 버스 기사들이 목적지를 외치며 호객행위를 한다. 이스탄불에서 버스로 10시간 소요.

● 터키는 관광버스가 잘 발달돼 있다. 장거리 이동에 편리해 여행자뿐 아니라 터키인들도 버스를 많이 이용한다. 잠을 자면서 이동하는 야간버스의 경우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자리가 없을 정도로 인기다. 장거리 버스 노선에는 남자 승무원이 있어 차내 안전과 서비스를 담당하며 간단한 차와 스낵을 제공한다.

● 파묵칼레
http://www.pamukkale.gov.tr
입장료: 25리라
● 안티크풀
풀 사용료: 32리라 / 락커룸 보증금: 7리라

< 음식 >

Mustafa motel & restaurant: 한국 여행자들에게 유명한 레스토랑으로 호텔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화덕에서 굽는 터키식 피자, 피데가 인기 메뉴이고 한국말로 유머를 건네는 '무스타파 할아버지'가 여행자들에게 즐거움을 준다.

< 숙소 >

Artemis yoruk Hotel: 배낭여행자들에게 잘 알려진 숙소로 파묵칼레의 랜드마크 역할을 한다. 버스에서 내리면 바로 있기 때문에 다소 시끄러울 수는 있지만 길치 여행자에게는 좋은 조건이다. 저렴한 가격에 조식을 제공한다.
http://www.artemisyorukhote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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