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상징이자 알프스의 영혼이라고 불리는 마테호른 <사진제공=스위스관광청>

치즈, 알프스의 소녀, 만년설, 마터호른….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거리가 넘쳐나는 ‘유럽의 천국’ 스위스를 자동차로 달리는 것만큼 깊은 추억이 남는 여행이 있을까. 이름하여 스위스 ‘그랜드 투어.’ 기간은 하루에 5~6시간 운전해서 8일 걸리고, 거리는 1643㎞ 정도다. 스위스의 모든 것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스위스 그랜드 투어.‘ 가을, 스위스 파란 하늘을 품을 드라이브 투어에 준비할 것 자동차 하나. 안전띠 단단히 매시라. 출발한다.

■ DAY 1 아펜첼 - 눈과 입이 황홀해진다

최고의 볼거리는 ‘라인폭포’와 ‘치즈의 마을’ 아펜첼‘이다.

잠시 눈을 감고 어마어마한 규모의 폭포를 떠올려보자. 가늠할 수 없을만큼 압도적인 물이 쏟아지고, 그 소리가 귓가에 울린다. 너비 150m에 높이 23m 유럽에서 가장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라인 폭포. 자연의 웅장함과 시원한 폭포 소리에 일상의 피로가 절로 날아간다.

아펜첼에서는 절로 힐링이 된다. ’가장 스위스다운 스위스‘라는 별명을 얻은 아펜첼. 이곳 주민들의 소박하면서도 전통적인 삶은 일상의 피로를 씻어준다. 스위스 전통 먹거리인 지드부어스트(삶은 소시지), 모슈트브뢰클리(스위스식 육포), 아펜첼러(스위스 3대 치즈 중 하나) 덕분에 입이 즐거운 도시이기도 하다.

아펜첼로 가기 전에 있는 생갈렌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관광 명소다. 이곳 수도원에 딸린 대성당과 부속도서관은 198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을 정도. 차량 통행이 금지된 이곳 구시가지를 느긋하게 걸으며 삶의 여유를 찾는 것도 좋다.

■ DAY 2 - 마이엔펠트, 하이디가 살았다면 이곳에서

둘째날 여정부터 험준하면서도 웅장한 알프스 산맥이 눈앞에 펼쳐진다. 계곡과 협곡을 넘나들때 눈앞에 나타나는 알프스의 장엄한 풍광에 절로 차를 멈춰세우고 감탄사를 연발한다.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 누구나 한 번쯤은 읽어봤을 법한 동화에 매료된 이들이 만든 마을이 마이엔펠트다. ’하이디가 살았다면 어땠을까‘라는 유쾌한 상상력을 발휘해 만들어진 가상의 마을인 것. 한가롭게 풀을 뜯는 양과 염소, 끝이 보이지 않는 초원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눈앞에서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으며 달려오는 하이디가 떠오른다.

유네스코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중세 고성 ’벨린쪼나‘ 역시 놓쳐서는 안될 관광 포인트. 이탈리아와 국경을 마주한 스위스 동남부 티치노주(州)의 주도인 이곳에는 스위스에서 가장 보존이 잘 된 중세 고성이 있다. 어릴 적 누구나 한 번쯤은 상상해봤을 법한 동화 속 왕자와 공주가 사는 성이랄까. 성 안 레스토랑에 들어설 때 눈앞에 펼쳐지는 알프스의 웅장한 풍경에 누구나 황홀경에 빠진다.

스위스 그랜드 투어 루트 중 가장 고도가 높은 푸어카 고개. 해발 2429m에 달한다. <사진제공=스위스관광청>
스위스 그랜드 투어 루트 중 가장 고도가 높은 푸어카 고개. 해발 2429m에 달한다. <사진제공=스위스관광청>

■ DAY 3 - ‘마테호른’에 홀리다

알프스의 온화한 기후를 만끽하며 달리다가 어느새 눈앞에 웅장한 마테호른이 펼쳐진다. 압도적인 자태에 위엄마저 느껴지는 모습에서 왜 많은 사람들이 몽블랑과 함께 마터호른을 유럽 최고의 명당으로 꼽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유럽에서 가장 긴 빙하인 ‘알레치 빙하’도 감상할 수 있다. 길이는 23㎞에 무게만 해도 무려 270억t. 빙하를 따라 펼쳐진 알레치 숲 하이킹을 하다보면 천문학적인 빙하의 크기만큼 깊고 진한 추억이 쌓인다.

영화 ’007 골드핑거‘ 촬영지이기도 한 푸어카 역시 셋째날 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굽이굽이 고갯길과 고갯길이 이어지는 푸어카의 길이는 무려 50㎞. 이곳 해발 2429m는 그랜드투어 중 가장 고도가 높은 곳이기도 하다.

■ DAY 4 -예술인들이 사랑했던 몽트뢰

4일째 코스에 도착하는 레만 호수 주변에 위치한 몽트뢰. 이곳 레만 호수는 유럽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그러나 몽트뢰를 찾는 이들은 레만 호수를 감상하기 위해서 이곳을 찾는 것이 아니다. 이제는 전설이 된 록그룹 ’퀸(Queen)‘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 1991년 사망한 머큐리가 ’모든 이의 천국‘이라고 노래한 곳이 이곳 몽트뢰다.

덕분에 몽트뢰는 전 세계 퀸 마니아들의 성지가 됐고 세상을 떠난 머큐리 대신 머큐리 동상이 이곳 몽트뢰에서 관광객들을 반긴다. 머큐리 동상 주변에는 20년이 넘게 지난 지금도 전설을 추모하는 팬들의 꽃다발이 끊이지 않는다.

퀸 뿐만 아니라 어네스트 헤밍웨이, 장 자크 루소, 바이런 역시 이곳을 배경으로 작품을 남겼을 정도. 몽트뢰에서 느껴진 머큐리의 열정에 뜨거워진 마음을 달래기에는 ’라보 드라이브 코스‘가 제격이다. 주위에 펼쳐진 포도밭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평온해진다.

몽트뢰 레만 호수에 인접한 시옹성 <사진제공=스위스관광청>
몽트뢰 레만 호수에 인접한 시옹성 <사진제공=스위스관광청>

■ DAY 5 - 오드리 헵번의 추억이 숨쉬는 모르쥬

전 세계 남성들의 마음을 훔친 오드리 헵번. 그녀가 말년을 보낸 곳이 5일째 코스에 자리잡은 모르쥬다.

삶의 대부분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와 함께 했기 때문일까. 고요하고 평온한 모르쥬의 모습을 보면 헵번이 자신을 바라보는 모든 이들의 시선에 지쳐 이곳을 택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에 빠진다. 모르쥬 외곽 트로세나의 아침장터는 헵번이 산책을 겸해 들리기도 했을만큼 정겹다.

’레만 호수의 꽃‘이라고 불리는 모르쥬는 튤립축제가 봄의 시작을 알린다. 튤립 뿐만 아니라 아이리스, 달리아 꽃 등 다양한 축제로 이어지는 덕분에 일년 내내 ’꽃향기‘에 취할 수 있는 곳이다.

5일째 코스에 위치한 제네바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관광 명소다.

이곳 구시가지 중심에 위치한 ’부르 드 푸르 광장‘의 노천카페에서 커피, 간단한 빵 등을 시켜놓고 앉아서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유럽 문화의 정수를 느끼는 듯한 기분이다.전 세계 ’시계 마니아‘ 마음을 사로잡은 ’파텍 필립 박물관‘에서는 16~19세기 만들어진 시계, 오르골 등을 감상할 수 있다.

■ DAY 6 - ’라쇼드퐁‘…시계 마니아들의 성지

’전화위복‘이라고 했던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화재가 스위스를 세계 최고 품질을 자랑하는 ’시계 강국‘으로 만들었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6일째 코스에 위치한 라쇼드퐁과 르 클. 이곳은 사실 과거 농사를 짓던 곳으로 시계와는 전혀 인연이 없던 곳이다.

그러나 라쇼드퐁과 르 클은 쥐라산맥 깊숙한 곳에 위치했던 탓에 애초부터 농사를 짓기 어려웠던 장소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19세기 초 이곳에 큰 불이 발생했고, 농사를 짓지 못하게 된 당시 주민들은 아예 농사를 포기하고 시계 제조에 ’올인‘했다.

이제는 누구나 한 번쯤은 선물로 받고 싶어하는 스위스 시계. 라쇼드퐁과 르클은 시계 제조업을 위한 계획도시로 철저하게 설계됐고, 전통과 역사를 인정받아 2009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기도 했다.

스위스 3대 치즈 중 하나로 꼽히는 그뤼에르 치즈를 생산하는 그뤼에르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치즈 이름에 아예 지명을 붙였으니 치즈를 향한 이들의 자부심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누구나 한 번쯤은 가보고 싶어하는 융프라우의 ’입구‘ 인터라켄 역시 6일째 코스에 위치한다. 융프라우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모든 이들에게 각별한 추억을 선물한다.

■ DAY 7 - 스위스의 매력을 한눈에

스위스 수도 베른부터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는 도시 루체른까지 이동하는 드라이브 코스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운전해 길을 달리다보면 스위스가 유럽을 넘어 전 세계 모든 이들의 사랑을 받는지 잘 알게 된다.

끝없이 펼쳐진 초원과 삶의 에너지를 듬뿍 품은 습지, 눈부신 햇살에 반사돼 아름다움을 더하는 호수까지…. 드라이브 코스 곳곳이 삶의 에너지를 충전시켜주는 활력소가 된다.

스위스 수도 베른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도‘라는 별명을 얻기에 충분한 곳. 도시를 가로지르는 에메랄드 빛의 아레강, 수줍은 듯 강렬한 붉은색을 과시하는 제라늄꽃 등 스위스만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다.;

베른에서 45분 거리에 떨어진 에멘탈은 ’에멘탈 치즈‘만으로도 가야 할 이유가 충분한 곳이다. 과거 목동이 살던 집을 꾸민 뒤 장작불로 치즈를 만드는 전통 방식을 고수해 치즈를 생산하는 곳이 이곳에 오면 이곳만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착각에 빠진다.

■ DAY 8 - 마무리는 알프스와 취리히에서

8일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코스다.

스위스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는다는 루체른. 이곳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모든 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알프스를 만끽할 수 있다. 눈덮인 산맥에서 느껴지는 웅장함은 보고 또 봐도 쉽게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 필라투스(2132m), 티틀리스(3020m), 리기(1798m) 등 알프스의 유명한 봉우리들과 가까운데 필라투스에서는 경사가 48도에 달하는 ’아찔한‘ 케이블카를 탈 수도 있다.

티틀리스에서는 만년설을 볼 수 있고 리기는 스위스 사람들이 ’산들의 여왕‘이라고 칭송할 정도니 어느 곳에서든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 수 있다.

마무리는 스위스 최대 도시 취리히다. 쇼핑센터, 레스토랑, 박물관, 미술관, 공연장 등 오랜 운전에 지친 이들을 달래줄 모든 시설이 마련돼있다. 차량 통행을 막아버린 구시가지 골목을 걷다보면 오랜 세월 쌓여진 취리히의 추억과 역사를 음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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