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부르는 소리가 더 없이 크지고 있다. 찬란한 봄이 인생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있다.

심술을 부리던 꽃샘추위도 물러가고 따뜻한 봄기운에 벚꽃들이 앞다퉈 피어나고 있다. 봄을 가장 화려하게 장식하는 꽃을 꼽는다면 단연 벚꽃이다. 연분홍 꽃은 밤이 되면 조명 속에서 더욱 화려해진다. '진해' 하면 '벚꽃'이지만 다른 볼거리도 많다. 모노레일카를 타고 제왕산을 오르다보면 아름다운 벚꽃터널에서 봄의 여신이 인사한다. 여좌천의 로망스다리, 뾰족지붕으로 유명한 수양회관, 1950년대부터 예술인들의 아지트였던 흑백다방…. 올 봄엔 새로운 진해를 만나보는걸 어떨까.

벚꽃 축제로 유명한 제54회 진해군항제가 중원로터리 등 창원시 진해구 일원에서 3월 31일 개막식 전야제를 시작으로 1일부터 10일까지 열린다. '꽃(Flower)-빛(Luminary)-희망(Hope)'이라는 주제와 '꽃으로 전하는 희망! 군항을 울리다'라는 슬로건으로 관광객에게 다가간다. 잔잔한 바다를 품은 창원시 진해구는 벚꽃이 많아 '벚꽃 1번지'로 불리는 곳이다. 이 시기에 국내외 관광객 300만명이 벚꽃을 보러 몰려온다. 4월 전국에서 가장 화려한 도시로 탈바꿈하는 창원에서 찬란한 봄을 온몸으로 느껴보자.

2015 군항제 야경

■36만 그루 왕벚나무…벚꽃 천지

매년 군항제가 열릴 때면 36만 그루의 왕벚나무 꽃송이들이 일제히 꽃망울을 터뜨린다. 도시 전체가 벚꽃 천지로 변한다. 바람이 불면 하늘에서 꽃비가 내려 관광객들의 마음을 촉촉이 적신다. 시내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여좌천엔 자그마한 꽃잎 배들이 동동 떠다닌다.

대한민국 해군의 요람인 진해의 벚나무는 일제시대 진해에 군항이 건설되면서 도시 미화용으로 심어진 것인데, 이 때문에 광복 후 시민들은 일제 잔재로 여겨지는 벚나무를 잘라버렸다. 당시 시민들의 출입이 불가능했던 해군 작전사령부 내에 벚나무가 남아 있었는데, 1962년 식물학자들에 의해 이곳 왕벚나무의 원산지가 일본이 아닌 제주도로 밝혀지면서 시민들은 벚나무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5·16 이후 벚나무 살리기 운동을 시작했다. 이후 진해는 화려한 벚꽃도시로 거듭나게 됐다. 진해 곳곳에 널리 식재돼 있는 한라산 자생종 왕벚나무(천연기념물 제156호)는 벚나무 중에서도 으뜸인 수종으로 다른 것들 보다 꽃이 탐스럽고 양이 많다. 해군 기지 내에는 벌목 위기를 넘겨 수령 100년이 넘는 왕벚나무들이 즐비하다.

진해우체국

■이순신 장군 추모제가 군항제의 시초

창원시가 주최하고 진해군항제축제위원회가 주관하는 군항제는 1952년 4월 13일 진해 북원로터리에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동상을 세우고 충무공의 얼을 기리기 위해 추모제를 거행한 것이 시초가 됐다. 이후 11년 동안 거행돼 오던 추모제는 1963년 충무공의 호국정신을 이어가고 향토 문화예술의 진흥을 위해 문화축제로 새롭게 단장됐고 명칭도 군항제로 변경됐다.

군항제 기간 동안에는 평소 일반인의 출입이 어려운 해군사관학교와 해군 기지의 영내 출입이 가능하며, 해군.충무공 관련 자료가 소장돼 있는 박물관과 실물 크기로 제작된 거북선을 관람할 수 있다. 해군사관학교 연병장에서 펼쳐지는 해군 헌병기동대의 퍼레이드도 구경할 수 있다.

모노레일카를 타고 올라갈 수 있는 제황산공원에선
벚꽃으로 뒤덮인 진해 시가지와 푸른 남해바다를 한눈
에 내려다 볼 수 있다. 사진=이정호 선임기자
 

군항제의 백미인 '진해군악의장페스티벌'은 오는 7일부터 10일까지 진해공설운동장을 비롯한 창원시 곳곳에서 개최된다. 육해공 3군과 해병대 의장대, 몽골 중앙군악대, 미8군 군악대, 염광고등학교 마칭밴드부 등 700여명이 참여해 절도 있는 의장 시범을 보여줄 예정이다. 8일 진해공설운동장 상공에선 공군 특수비행전대인 '블랙 이글스'의 곡예 비행도 선보인다.

벚꽃을 주제로 한 다양한 행사도 이어진다. 밤 벚꽃과 빛이 어우러지는 별빛축제가 여좌천에서 열리며, 진해루 멀티미디어 해상 불꽃 쇼도 볼거리다.

올해 군항제에서는 운행을 중단한 경화역에 기관차 및 객차를 배치해 포토존으로 구성했으며, 해군 함정에 승선해 일정구간을 항해하는 군함 승선체험 행사도 새롭게 선보인다. 2일과 3일은 국내외 유명 DJ들이 참여하는 체리블라쏭 페스티벌이 열려 벚꽃과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의 환상적인 콜라보레이션으로 진해군항제의 열기를 한층 더 뜨겁게 할 예정이다.

 

흑백다방


■진해구 곳곳이 볼거리 명소

진해구는 전체가 벚꽃 천지인데 굳이 명소를 꼽는다면 제황산공원, 내수면환경생태공원, 여좌천 로망스다리, 장복산조각공원, 경화역 등이 있다.

제황산공원은 진해의 중심 제황산에 조성된 시민공원으로 일명 '일년 계단'이라 불리는 365계단 양쪽으로 만개한 벚꽃과 개나리가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정상에 올라서면 벚꽃으로 뒤덮인 시가지와 푸른 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입구에 설치돼 있는 모노레일카는 레일 길이 174m에 20인승 모노레일카 2량으로 총 40명이 탑승할 수 있다. 모노레일카 노선과 중원로터리, 공설운동장 진입도로가 한눈에 들어와 아름다운 벚꽃터널을 감상할 수 있다.

여좌천 로망스다리는 MBC 드라마 '로망스'(2002년) 촬영지로 주연배우가 진해 군항제를 구경와서 처음 만남을 가진 곳으로, 방송이 되자마자 일명 '로망스다리'로 불리며 관광명소가 됐다. 총 1.5㎞ 벚꽃길은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되고, CNN 선정 한국에서 가봐야 할 아름다운 50곳 중 17위로 선정된 낭만 가득한 벚꽃 명소다.

벚꽃명소 경화역

한국에서 가봐야 할 아름다운 50곳 중 5번째로 소개된 경화역은 현재 기차가 정차하지 않는 역이지만 군항제 기간에는 벚꽃 테마역으로 벚꽃을 보기 위해 많은 관광객들로 몰리고 이 역을 운행하는 열차들은 서행운전을 한다. 기적 소리에 놀라 철길을 빠져나온 사람들은 일제히 플랫폼에 늘어서 기차와 어우러진 벚꽃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 이색적 풍경을 볼 수 있으며, 약 800m의 벚꽃터널이 장관을 이루는 곳으로 군항제 기간에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벚꽃뿐만 아니라 다른 볼거리도 풍성하다. 군항제의 주무대인 진해구 중원로터리 일대는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으로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군항역사길로 불리는 이곳에는 1912년에 지어진 러시아풍 건물의 진해우체국(사적 219호)을 비롯해 1926년 세워진 진해역(등록문화재 192호), 1930년대 건립된 일제강점기 해군통제부 병원장 사택(등록문화재 193호) 등이 있다.

이외에도 임권택 감독의 영화 '장군의 아들' 촬영지였던 원해루(중국요리집), 지붕 모양이 뾰족해 '뾰족집'으로 불렀던 수양회관(현재 곱창전골식당), 1955년부터 예술인들의 문화공간 역할을 했던 흑백다방, 해군 군복 마크사 밀집거리 등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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