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곡마애불상군 남면.
정유년 새해가 밝았다. 한 해를 시작하는 시기, 새로운 각오를 다짐하는 사람들이라면 국립공원을 찾아가는 것은 어떨까. 복잡하지 않은 자연 속에서 새해 다짐을 다시 새겨보자. 특히, 이번에는 국립공원 직원들이 직접 추천하는 명소 15곳을 공단이 선정했다. 추운 겨울도 잊게 할 명소들을 해당 사무소 직원들이 직접 소개한다. (편집자 주)

 역사의 도시 경주는 거듭 설명할 필요가 없는 곳입니다. 여기에 조금 거들자면 경주도 국립공원이란 사실 정도입니다. 경주국립공원은 우리나라 유일의 사적형 국립공원입니다.

 물론 경주 전역은 아니지만, 오늘 소개할 경주 남산 이외에 토함산, 단석산 등 8개 지구로 경주시 면적의 약 10%에 옛 왕경을 둘러싼 주요 지역은 모두 국립공원으로 보시면 됩니다.

오늘 소개할 옥룡암이 자리한 남산은 수많은 불교유산의 보고로 노천박물관이라 불립니다. 국립공원이면서 국가지정문화재인 사적, 2000년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자타공인의 명소입니다.

남산은 남북 방향으로 길게 놓여 있어서 남북능선을 중심으로 동남산과 서남산으로 구분합니다. 남산을 찾는 탐방객 대다수는 서남산의 주요 탐방로인 삼릉~금오봉~용장골을 다닙니다.

이곳도 좋지만 국립공원레인저로서 추천하는 곳은 동남산의 탑골에 있는 옥룡암 일원입니다. 계곡 길을 따라 5분 정도 오르면 소담한 규모의 옥룡암과 함께 그 뒤에 웅장하게 서 있는 탑곡마애불상군이 있습니다.

남산 탑곡(塔谷)은 지명에서 알 수 있듯이 탑의 골짜기라는 의미입니다. 골짜기 초입의 마애탑은 물론이고 신인사 3층 석탑이 있어 탑곡이라 하며 또는 탑을 새긴 부처바위가 있어서 탑곡이라 부른다고 합니다.

옥룡암의 가을.
옥룡암의 가을.

옥룡암은 통일신라시대 ‘신인사’라는 절이 있었던 곳이나 현재는 일제강점기인 1942년에 들어선 옥룡암이 법등을 잇고 있습니다. 시인이자 독립투사였던 이육사가 1943년 이곳 옥룡암에 자취를 남겼고, 한때는 경주지역 고시생의 공부처로 유명했던 옥룡암은 사시사철 자연의 변화에 녹아듭니다.

가을에는 탑곡 계곡길과 옥룡암 경내의 단풍이, 봄여름엔 이끼와 녹음, 야생화가 어우러진 풍광이, 눈이 잘 내리지 않는 경주지만 흰 눈에 올라앉은 옥룡암과 탑곡마애불상군의 모습은 또 다른 비경입니다.

옥룡암과 이웃한 탑곡마애조상군은 보물(제201호)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습니다. 높이 약 9m, 둘레 30m에 이르는 커다란 화강암체의 네 면에 여래상, 보살상, 비천상, 금강역사상, 승상 등 총 24구가 남아 있습니다.

여기에 9층탑, 5층탑, 3층탑 등도 어우러져 당시 신라인의 불교세계를 이 바위에다 담으려 한 것이 아닐까 생각을 갖게 합니다. 신라시대 조각은 이미 희미해졌지만, 이 바위를 찬찬히 살펴보면서 오래전 석공의 정성과 바람을 읽어보는 시간도 가져보시길 권합니다.

탑곡마애불상군 남면.
탑곡마애불상군 남면.

경주 남산 탑골에 자리한 옥룡암과 마애불상군은 경주시에서 자연경관과 문화유산을 두루 살필 수 있는 ‘동남산 가는 길’에도 속합니다.

월정교-상서장-불곡석불좌상-탑곡마애불상군-보리사-경북산림환경연구원-화랑교육원-헌강왕릉-정강왕릉-통일전-서출지-남산리3층석탑-염불사지에 이르는 8km의 둘레길로 곳곳에 정자, 벤치 등 탐방객을 위한 휴식처도 있고 자전거로도 다닐 수 있습니다.

이미 경주국립공원, 서남산의 매력을 만끽한 분들이라면 고즈넉이 산책하며 탐방할 수 있는 동남산 옥룡암을 강추합니다.

2017.01.17 김미향 경주국립공원사무소
<문화관광체육부 정책브리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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